상담실에서 의뢰인분들과 차를 나누다 보면 요즘 유독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서류를 훑어보시며 한참 재산 이야기를 나누다가, 멈칫하시며 조심스레 질문을 건네시거든요. "변호사님, 결혼하고 나서 산 주식이 얼마 전에 많이 올랐는데요. 이렇게 오른 것까지 싹 다 나눠야 하는 건가요?" 그러고 나면 며칠 뒤 다른 분께 정반대의 고민을 듣게 됩니다. "별거하는 사이에 남편 계좌에 있던 코인이 몇 배가 됐다는데, 저도 그 상승분만큼 받을 수 있는 거지요?"
똑같은 법 조항을 앞에 두고도, 서 계신 위치에 따라 마음과 기대가 이렇게나 다릅니다. 얼마 전 평택신문에 기고했던 칼럼 「주식이 오른 뒤 이혼하면, 그 수익은 누구의 몫일까요」(2026. 7. 12.)에서 재산분할의 큰 원칙을 설명해 드렸는데요. 한정된 지면 탓에 미처 다 적지 못한 깊은 이야기들이 마음 한구석에 잔상처럼 남았거든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조용한 상담실 테이블에서 실제로 주고받는 현실적인 질문들을 차근차근 따라가며 한 걸음 더 깊이 풀어보려고 합니다.
명의보다 먼저, 그 재산이 만들어진 과정을 살핍니다
"남편이 주식을 잘해서 벌었으니, 저는 거의 못받죠?" 하고 이미 반쯤 포기하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찬찬히 말씀드리곤 해요. 법원은 그 재산이 부부의 삶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어 왔는지를 훨씬 깊게 들여다보거든요. 혼인 생활 중 벌어들인 소득으로 산 주식이라면, 매수 버튼을 누른 손이 누구였든 부부가 힘을 모아 만든 공동재산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비록 바깥일을 하지 않고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셨더라도, 그 묵묵한 내조가 소득을 뒷받침한 당당한 기여로 인정받게 되니까요(민법 제839조의2).
물론 이와 반대되는 법의 원칙도 분명 존재합니다. 결혼 전부터 원래 갖고 있던 재산이나, 부모님께 상속·증여받은 이른바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나눌 대상에 포함되지 않거든요(민법 제830조). 하지만 실제 소송 현장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치열한 공방이 벌어집니다. 결혼 전에 산 주식이라 할지라도, 혼인 생활 중에 부부 공동의 자금으로 추가 매수를 계속 이어왔거나 상대방의 알뜰한 가계 지원으로 그 재산이 감소하지 않고 유지·증식되었다면 일부는 분할 대상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기 때문이지요(대법원 92므501 판결). 그러니 "결혼 전 재산이니까 절대로 안 나눠줘도 된다"는 호언장담도, "내 명의가 아니니 손해만 봐야 한다"는 낙담도 모두 절반만 맞는 셈입니다.
'언제 기준 시세'로 나누는가 — 그리고 사건을 마치는 타이밍
주식과 가상자산 재산분할이 유독 까다롭고 애를 태우는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세 때문입니다. 소송을 시작할 때의 계좌와 재판이 끝날 무렵의 계좌가 전혀 다른 숫자를 보여주는 일이 드물지 않으니까요. 법원은 재판상 이혼에서 나눌 재산과 그 가액을 정할 때 '사실심 변론종결일', 즉 재판의 심리가 사실상 모두 마무리되는 마지막 재판 날을 기준 시점으로 삼습니다(대법원 99므906 판결). 처음에 소장을 접수한 날도, 서로 갈라서서 별거를 시작한 날도 아닙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사건을 이끄는 실무자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법에서 말하는 '사실심'에는 2심인 항소심까지 포함되거든요. 1심 판결을 받고 어느 한쪽이라도 항소를 하면, 시세를 매기는 기준시점이 항소심 변론이 끝나는 날로 통째로 옮겨가게 됩니다. 코인처럼 변동성이 격렬한 자산이 걸려 있다면 이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지요. 항소심이 이어지는 수개월 사이 자산 가치가 반 토막이 날 수도, 반대로 몇 배로 껑충 뛸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가상자산이 섞인 사건을 다룰 때는 '언제 사건을 매듭지을 것인가'를 전략의 핵심 축으로 놓고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조정으로 일찍 마침표를 찍는 편이 유리한 사건이 있고, 끝까지 판결을 받아보는 편이 나은 사안이 있거든요. 항소 여부를 결정할 때도 당장의 법리뿐만 아니라 기준시점이 움직이면서 생길 변수까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단순히 시세 움직임만 보고 경솔하게 항소를 결정할 일은 결코 아닙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입게 될 심적 부담과 가격이 기대와 반대로 폭락할 위험까지 함께 짊어져야 하니, 상담실에서 이 대목을 설명해 드릴 때는 저 역시 늘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별거 이후에 자산이 오른 부분도 꼭 짚어보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대법원은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이후에 일어난 재산 변동이 부부가 함께 일군 재산과 무관하게 한쪽의 순수한 새로운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라면 분할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13므1455 판결). 별거 후 본인의 소득으로 새로 투자해 거둔 수익이라면 제외를 적극적으로 다퉈볼 수 있고, 혼인 중 함께 모아둔 주식이 시장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오른 것이라면 그 상승분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지요. 결국 "그 자산이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올랐는가"를 입증하는 과정이 다툼의 실질적인 알맹이가 됩니다.
주식, 비상장주식, 코인 — 각자 풀어가는 싸움의 결이 다릅니다
상장주식이나 ETF, 펀드는 매일 시세가 명확히 공개되어 있어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대신 "그 주식을 사들인 원금이 누구 돈이었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게 됩니다. 증권사의 상세 거래내역과 은행 계좌의 이체 기록을 차근차근 대조해 보면, 자금의 흐름은 마치 실타래 풀리듯 생각보다 촘촘하게 재구성되거든요. 계좌를 수없이 옮기거나 중간에 다른 종목으로 갈아탔다 하더라도 추적의 흔적은 분명히 남습니다.
반면 비상장주식은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정해진 시세가 없다 보니 값어치를 매기는 출발선부터 커다란 싸움터가 됩니다. 평가하는 방식에 따라 금액 차이가 천차만별로 벌어지기에 정밀한 감정 절차를 거치는 경우가 많고, 나중에 분할하는 방법 역시 까다로운 숙제로 남습니다. 최근 대법원도 단순히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만을 고집하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며, 주식 지분 자체를 나누는 방법까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4므16033 판결).
가상자산인 코인은 또 다른 의미에서 험난합니다. 코인 역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어 실무에서 재산분할 대상으로 다루어지지만, 나누기에 앞서 상대방이 어디에 얼마나 숨겨두었는지 찾아내는 일부터가 큰 난관이거든요. 국내 주요 거래소에 묶여 있는 자산은 법원의 사실조회 절차 등을 통해 투명하게 확인할 길이 열려 있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으로 옮겨버린 자산은 특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원화 입출금 계좌 내역과 이체 기록이라는 가느다란 연결고리를 얼마나 끈질기고 촘촘하게 이어 붙이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상대방이 재산을 숨기는 것 같을 때 활용하는 법의 틀
"배우자가 코인을 정확히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저는 전혀 몰라요." 상담실에서 가장 가슴 졸이며 하시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너무 불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깜깜이 상황을 대비해 가사소송법은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거든요. 바로 법원이 상대방에게 스스로 재산 목록을 제출하도록 명하는 '재산명시'와, 법원이 금융기관 등에 직접 명령해 재산을 조회하는 '재산조회' 제도입니다(가사소송법 제48조의2·제48조의3). 정당한 사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 목록을 제출하면 과태료 같은 엄중한 불이익이 뒤따르게 됩니다. 이 재산명시 목록을 어떻게 지혜롭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관련 칼럼재산분할이혼전문변호사가 알려주는 재산명시목록 작성법재산명시목록을 처음 받은 분들을 위해 계좌, 보험, 주식, 부동산, 퇴직금 자료를 어떤 순서로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2026년 3월 27일335칼럼 상세 페이지로 이동: 이혼전문변호사가 알려주는 재산명시목록 작성법 글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해 보세요.
이혼을 앞두고 마음이 급해져 주식이나 코인을 황급히 처분해 버리는 분들도 종종 봅니다. 현금화해서 감춰두면 아예 없던 재산이 될 거라 기대하시곤 하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은닉하거나 처분한 돈의 행방이 추적되면 그 가액이 그대로 분할 대상 재산으로 잡아 올라오기도 하고, 재산분할 비율을 정할 때 결정적으로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상담실 실제 사례를 하나 재구성해 보면
이해를 돕기 위해 상담실 사례를 하나 재구성해 설명해 드릴게요. 혼인 기간 중 부부가 함께 번 수입으로 차곡차곡 사둔 코인이 있었는데, 별거에 들어간 이후 시세가 급등한 사안입니다. 명의자인 배우자는 "별거한 뒤에 오른 상승분은 온전히 내 몫"이라고 주장하곤 하지요. 하지만 매수 자금이 혼인 중 부부 공동의 수입에서 나왔고, 별거 이후에는 추가 매수 없이 단지 들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거래 내역으로 확인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시장 흐름에 따라 저절로 오른 상승분까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거든요. 반대로 별거 이후 본인의 월급을 쪼개어 새로 투자한 것이라면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되고요. 이처럼 결론의 갈림길을 결정짓는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정확한 기준시점과 객관적인 기록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법적 결론은 개별 사안의 정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당장의 수익률보다 차분한 기록이 우선입니다
결국 복잡한 재산분할을 차근차근 풀어가기 위해 당장 준비하셔야 할 것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어떤 자산이 어느 계좌나 거래소에 존재하는지 목록을 투명하게 정리하는 일입니다. 둘째, 각각의 자산을 언제, 어떤 자금으로 매수했는지 객관적 증거 자료로 연결해 두는 것입니다. 셋째, 별거 시점을 전후로 일어난 재산의 변동을 시기별로 깔끔하게 가르는 일이지요. 이 세 가지 바탕이 단단히 놓여야만 "제가 과연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라는 간절한 질문에 비로소 정확하고 의미 있는 답을 드릴 수 있게 됩니다.
법률사무소 로앤림은 수원가정법원 평택지원 관할(평택·안성)에서 이혼과 재산분할 사건을 의뢰인 곁에서 함께 풀어가고 있습니다. 나눌 수 있는 재산분할 대상의 기본 원칙은 재산분할 대상 FAQ에서, 저의 언론 기고 소식은 언론 기고 소개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어요. 배우자의 주식이나 코인 문제로 밤잠을 설치며 마음이 어지러운 날이라면, 부디 혼자 속태우지 마시고 오늘은 통장과 거래 내역부터 차분하게 모아보시기를 권합니다. 차곡차곡 모인 기록들이 앞길을 생각보다 선명하게 밝혀줄 테니까요.
참고 법령·판례
-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제830조(특유재산)
- 가사소송법 제48조의2(재산명시), 제48조의3(재산조회)
- 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므501 판결 — 특유재산이 분할 대상이 되는 기준
- 대법원 2000. 9. 22. 선고 99므906 판결 — 재산분할의 기준시점(사실심 변론종결일)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3므1455, 1462 판결 — 혼인 파탄 이후 재산 변동의 취급
-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 가상자산의 재산적 가치 인정
-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4므16033(본소), 2024므16040(반소) 판결 — 비상장주식의 분할 방법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