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인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사건 개요
오후 6시, 낡은 작업복을 입은 의뢰인이 상담실에 들어섰다. 많이 지쳐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가 꺼낸 이야기는 1년 반 전 협의이혼 후 벌어진 일이었다.
이혼 당시 상대방은 아파트가 팔리면 재산분할을 해주겠다고 했고, 의뢰인은 그 말을 믿고 몸만 나오다시피 이혼했다. 그런데 1년 반이 넘도록 상대방은 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혼 직전 너무 힘들어 퇴직하며 받은 퇴직금 2억 원도 상대방이 가져갔는데, 돌려달라고 하자 "다 써버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퇴직금이라도 돌려받게 도와주세요."
왜 이렇게까지 됐나
의뢰인은 협의이혼을 하면서 합의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탓에 조건 정리를 소홀히 한 것이다.
상대방은 처음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왔다. 혼인 전에 사둔 아파트를 의뢰인에게 나눠주고 싶지 않았고, 변호사로부터 그런 조언을 받았다.
"내가 대형 로펌 변호사랑 상담했어. 변호사가 그러는데, 내 아파트는 특유재산이라 안 나눠도 된대."

재산분할 청구는 협의이혼 성립 후 2년 안에 해야 한다. 상대방은 이 시간을 넘기면 된다는 조언을 받았는지, 의뢰인이 재산분할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온갖 핑계를 대며 대화를 회피했다.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 안 팔리잖아. 기다려."
"내가 어련히 알아서 줄까 봐. 내년에는 줄 테니 기다려 좀."
혼인 시절부터 상대방은 의뢰인을 무시하고 자기 말대로 해왔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 믿었던 것이다.
결국 참다못한 의뢰인이 퇴직금이라도 돌려달라고 마지막 제안을 했다. 상대방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어야 했다.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달랐다.
"언제 적 퇴직금? 우리 이혼한 지가 언젠데, 당신 우리가 쓰는 생활비가 얼만지는 알기나 해?"

소송 전략
소송을 결심했다. 상대방이 법대로 하길 원한다면, 법대로 재산분할을 받으면 된다.
상대방이 소송에서 꺼낼 주장들을 미리 예상해 두었다.
- 퇴직금은 생활비로 쓰기로 합의했다.
- 상대방 소유 아파트는 특유재산이므로 분할 대상이 아니다.
- 퇴직금만 재산분할금으로 주기로 합의됐다.
세 번째 주장은 의뢰인이 "퇴직금이라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을 합의로 몰아갈 가능성이 있었다. 분쟁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는 말을 아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아파트의 특유재산 주장은 표면적으로는 타당해 보였다. 혼인 전 구입한 재산이었으니까. 그러나 실무는 교과서가 아니다. 혼인 기간이 길었고, 그 기간 동안 생활비 대부분을 의뢰인이 마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유재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퇴직금을 생활비로 썼다는 주장은 법리에도 맞지 않는 억지에 가까웠다. 재산분할 기준일은 원칙상 협의이혼 성립 날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소송에서 상대방은 세 가지 주장을 모두 꺼냈다. 그러나 재판은 증거로 판단한다. 상대방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았고, 이 주장들은 법정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결과
판결에서 상대방의 아파트는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됐다. 의뢰인은 상대방으로부터 수억 원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상대방이 처음부터 의뢰인과 원만히 합의했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본인에게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다. 상대방의 욕심이 화를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