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상간자 소송에서 승소했다며 단단히 각오하랍니다… 저 이제 유책배우자가 되는 건가요? 변호사님, 제발 이혼만 하게 해주세요!
— 의뢰인
사건 개요
※ 의뢰인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하여 일부 각색하였습니다.
유책배우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 남편이 이혼에 성공한 사건입니다. 아내가 앞서 진행한 상간자 소송에서 승소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무실에서는 수임을 거절했던 난이도 최상의 사건이었습니다. 약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쌍방 유책으로 인한 혼인관계 파탄을 인정받아 이혼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10년 결혼생활과 별거의 시작
의뢰인은 아내의 요구에 늘 맞춰주는 배우자였습니다. 그러나 10년간의 결혼생활은 끔찍함 그 자체였습니다. 나날이 심해지는 아내의 폭언과 폭행, 이어지는 의부증 증세를 견디다 못해 결국 별거를 선택했습니다. 별거의 시작도 아내가 한겨울에 패딩 한 벌만 들려보내며 집 밖으로 내쫓은 것이었습니다. 지인들과의 송별회 자리에서 머리를 치며 손찌검한 것, 수시로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아파트 복도에서 자게 한 것 등이 이어졌습니다.
별거 중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선배, 저 선배 와이프 분한테 상간자 소송 당했어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아내가 의뢰인의 직장후배 A씨를 상대로 상간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의뢰인이 집을 나가 바람을 피우고 다녔다며 이혼을 절대 해줄 수 없다고 주장했고, 그 소송은 아내가 승소한 취지로 종결되었습니다.
최악의 법적 상황
상간자 소송에서 아내가 승소했다는 사실은 이혼 소송에서 결정적인 악재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유책배우자는 원칙적으로 이혼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 재판부가 의뢰인의 유책을 인정해버리면 이혼 청구는 바로 기각될 수밖에 없는 벼랑 끝 상황이었습니다.
첫 상담에서 의뢰인은 절대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고 했고, 이대로 영영 이혼을 못 할까 봐 두렵다는 말을 눈물과 함께 쏟아냈습니다. 의뢰인의 말을 믿었고, 그렇게 되어야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최우선 과제는 의뢰인을 유책배우자로 만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변론 전략
아내의 폭언이 담긴 문자 메시지는 10년 경력의 변호사도 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의뢰인과 긴 시간 미팅 끝에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방향이 명확해졌습니다. 앞선 상간자 소송에서 아내가 이겼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의뢰인이 그간 아내로부터 심한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집중적으로 주장해 아내에게도 유책이 있다는 판결을 받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내의 유책을 강력히 주장하는 동시에 의뢰인의 외도는 일관되게 부정하는 서면을 구성했습니다. 재판부가 신뢰할 수 있도록 입증자료를 수집·선별해 제출했고, 재판부의 명령을 성실히 이행했습니다. 반면 상대방은 재판부의 석명에도 따르지 않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과
약 2년에 걸친 치열한 공방 끝에 재판부는 이혼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판결에서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피고(아내)가 A를 상대로 원고(의뢰인)와 부정행위를 하였음을 이유로 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A가 피고에게 금전을 지급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고 하여 원고와 A가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쌍방의 유책으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되었다는 판결로 이 사건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앞선 상간자 소송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의뢰인의 외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 — 법리 정리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유책배우자가 이혼 청구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예외적 허용 기준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어 일방의 의사에 따른 이혼 내지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는 경우는 물론, 나아가 이혼을 청구하는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 생활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
(대법원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이 기준은 '적당한 조건만 충족하면 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촘촘한 허들을 모두 넘어야만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허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책배우자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설령 유책배우자로 인정되더라도 예외적 사유를 끝까지 탐색하는 것이 이 사건에서 승소의 열쇠였습니다.


